오늘 아침, 진짜 최악이었어.
수학 시험지를 받자마자 눈물이 났거든.
내가 풀었던 문제 전부가 틀렸더라고.
도저히 점수를 엄마한테 보여줄 용기가 없어서
쉬는 시간에도 책상에 엎드려서 울고 있었어.
그때 짱구가 내 옆에 와서 묻더라.
“야, 왜 울어? 혹시 도시락 반찬이 시금치야?”
나는 코끝을 훌쩍이며 말했다.
“아니… 시험 망쳤어…”
짱구는 한참을 나를 보더니 갑자기 웃었어.
“시험 망쳤다고 울어? 그게 그렇게 큰일이야?”
그 말에 나도 살짝 화가 났어.
“넌 시험 망친 적 없냐?”
짱구는 당당하게 대답했어.
“난 시험을 안 보잖아. 유치원생이니까.”
당황스러웠지만, 이어진 짱구의 말은 좀 달랐어.
“근데 있잖아. 있잖아.”
짱구가 내 책상 위에 올려둔 필통을 열어보더니
“여기 봐. 네 지우개 엄청 귀엽다.
이렇게 귀여운 지우개랑 같은 손으로 쓴 시험이니까 괜찮을 거야.”
나는 뭐라는 거야 싶었는데,
짱구가 또 말했다.
“그리고 있잖아. 어차피 시험 망쳐도 밥은 맛있어.
오늘 급식 카레잖아. 카레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고.”
순간, 웃음이 났어.
시험 망친 건 여전히 슬펐지만,
짱구 말대로 밥은 맛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
갑자기 마음이 좀 편해졌어.
그날 점심시간, 짱구는 카레를 두 번이나 더 먹더라.
그리고 내 앞에서 엄청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어.
“봐봐. 시험 망쳤는데도 밥 맛있지?
그럼 된 거야.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