오늘도 짱구는 피곤했나봐.
짱아랑 같이 놀다가,
어느새 버섯 램프 아래서 잠들어버렸어.
짱구는 입을 살짝 벌리고 자고 있었고,
짱아는 옆에서 꼼지락거리다가
결국 오빠 옆에서 스르르 눈을 감았대.
근데 말이야,
그 버섯 램프 위에 달팽이가 있는 거, 보여?
사실 그 달팽이, 그냥 달팽이가 아니래.
짱구가 어릴 적에 들었던 이야기 중에
‘달팽이는 느린 대신에, 모든 꿈을 볼 수 있다’는 말이 있었거든.
짱구는 매일매일 말도 안 되는 꿈을 꾼대.
엉덩이 춤으로 지구를 구한다거나,
초코비 나라의 왕이 된다거나.
근데 그날은 좀 달랐어.
꿈속에서 짱구는 달팽이에게 물었대.
“달팽이야, 너는 왜 그렇게 느려?”
그러자 달팽이는 느릿느릿 대답했대.
“나는 느리게 가면서,
모두의 꿈을 다 볼 수 있거든.
지금도 네 꿈을 보고 있어.”
짱구는 잠결에도 생각했어.
‘아, 그래서 달팽이는 항상 행복해 보이는구나.
남의 행복한 꿈을 보면서도,
자기 꿈처럼 느낄 수 있으니까.’
그리고 짱구는 달팽이에게 이렇게 말했대.
“그럼 내 꿈도 실컷 보고 가.
오늘은 초코비 100박스 먹는 꿈이니까.”
결국, 달팽이는 천천히 웃었고
짱구와 짱아는 버섯 램프 아래에서
달콤한 꿈을 계속 꿀 수 있었대.
짱구는 느리게 사는 달팽이를 보고
조금은 부럽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.
바쁜 세상에서도,
느리게 가면서 남의 행복을 볼 수 있다면
그것만큼 멋진 능력도 없으니까.
